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면서 환자들의 고통이 날로 심각해 지고 있다. 진료할 의사가 없는 병원에서는 접수창구에서부터 환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병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환자가 있는가 하면,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일부 환자들은 2시간을 넘게 기다리기도 했다. 누구보다 마음 졸인 사람은 수술을 앞둔 중증 환자다. 수술이 급한 중환자들은 생명이 당장 위협을 받는다. 실제 대형병원에서는 예정된 수술이 줄줄이 취소되고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하루가 멀다 하고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목숨을 잃은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소방청이 발표한 ‘2023년 119 구급 서비스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의 구급차 재이송은 8177건이 집계됐다. 이 중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재이송한 사례는 1661건으로 전체 재이송 건수의 20.31%에 해당한다. 이 통계만 봐도 전공의·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의사가 없으니 응급실에서의 1차 진료에서 그다음 단계로 이행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1명도 늘리지 못했다. 오히려 2006년부터는 의대 정원이 줄어서 누적 합계 7000여 명의 의사를 배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각종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고 한다. OECD 평균은 3.7명이다. 그런데도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 이후 3058명 수준으로 동결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사들은 명분 없는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목숨을 담보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나라는 없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집단이기주의에 가깝다. 의사 수를 줄여서, 또는 환자의 피해를 전제로 자기네들만 돈을 더 벌겠다는 것이다. 특히 ‘의사가 없으면 환자가 없다’는 식의 일부 전공의 특권의식은 국민 여론을 싸늘하게 한다.노동·시민단체는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촛불을 들자고 제안하는 한편, 의사들의 진료 중단이 담합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의료계 일부에서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명분 없고, 희소가치에서 나오는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행동’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몸을 맡기고 심지어 무당을 불러 굿을 하기도 한다. 이제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의사들은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집단행동을 즉각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키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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